2015년도 나의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이전에 블로그에 비공개로 작성된 일기가 방치되어 있는 게 아쉬워서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회고록을 작성해 본다.
(10월 30일 금요일)
오늘 드디어 내 방이 생긴다! 내가 들어갈 방에서 지내는 형이 나가는 날이다!
개인적인 공간이 생긴다니 기분도 좋고 얼른 짐도 풀고 싶다.
아직 캐리어에서 짐도 많이 못 꺼내서 세탁도 못하고,
거실에서 지내는 것도 너무 춥고, 오픈된 공간이라 너무 불편했다.
얼른 일 마치고 집에 오고싶다!
어젯밤부터 비가 와서 날도 추운데 일도 걸어가야 하니 너무너무 추웠다.
우리나라와는 날씨가 반대라 많이 안 추울 거라고 해서 두꺼운 옷을 안 챙겨 왔다.
내복을 입고 긴팔티셔츠에 반팔티를 겹쳐 입고, 셔츠도 입고 져지까지 껴입었는데, 그래도 추웠다.
집에서 가게까지 걸어서 40분이 걸리는데, 걷다 보니 점점 몸에서 열이 나서 감기 걸리기 딱 좋았다.
오늘도 날이 우중충해서 일 마칠 때쯤 비가 온다는 예보를 봤는데 다행히 화창했다.
친절한 민영이가 집까지 차로 태워다 줘서 너무 고마웠다. 차 타면 정말 금방이다.
집에 도착하니 메이 아주머니께서 문을 열어주셨다.
플랫을 이동하는 형이 짐을 빼고 방청소를 하고 있었다.
아주머니께서 외출하시고, 형이 같이 저녁 먹자고 비빔면을 해줬는데,
정성을 생각해서 먹고 있는데 제대로 못 먹는 걸 보더니 못 먹겠으면 그냥 버리라고 해서
가게에서 가져온 덮밥만 먹고 비빔면은 버렸다.(왜 못 먹었지? 맛이 없었나?)
형이 밥 먹고 나서 갑자기 함무나타(Hamurana, 하무라나 스프링스)를 가자고 했다.
어딘지 몰랐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에메랄드 빛이 나는 계곡 같은 곳이었다.
친분이 전혀 없는 사람이지만, 나도 할 일이 없으니 구경이라도 갈 겸 승낙했다.
https://goo.gl/maps/NW1ascJUWp4dbmVV7
형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길이 어딘지 정말 모르겠다고,
도로 옆에서 잔디 깎고 있는 외국인 아주머니한테 가서 물어보고 오라고 했다.
내려서 마음속으로 "익스큐즈미 하우 캔아이 고 함무나타"만 계속 되새기면서 아주머니께 걸어갔다.
(*이때는 이름을 잘못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아주머니께서 쉬운 단어만 쓰셔서 이해가 쉬웠다.
이미 지나친 길을 되돌아가서 옆길로 빠지라고 하셨다.
제대로 잘 찾아온 듯 차를 공터에 대놓고 숲으로 들어갔다.
웅장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솟아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도 너무 아름다웠다.
물이 정말 엄청 엄청 깨끗했다. 강원도 산골짜기에나 흐를듯한 1 급수의 깨끗한 물이었다.
에메랄드 빛으로 비치는 깊은 곳에서 용천수가 올라오고 있는데,
거기엔 동전들이 많이 있었다. 다들 소원을 빌고 갔나 보다.
형도 동전을 던지고 싶어 했는데 동전이 없어서 내가 10센트짜리를 줬다.
이거 때문에 나를 데리고 온 듯싶었다. 10센트짜리 소원이라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20센트짜리를 던졌다. 형보다 2배 비싼 거니깐 형보단 소원의 효력이 더 크겠지?
집으로 돌아와서 형은 아주머니께 인사하고 떠났다.
나는 드디어 방으로 들어왔다!
방이 크진 않지만 침대도 있고, 책상도 있고, 행거와 장롱도 있다.
그리고 창문이 있는데, 창문 너머로 뒷마당이 보여서 좋았다.
개인적인 공간이 생겨서 좋고, 이제 따뜻한 장판 위에서 잘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 가구들은 아주머니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쓰던 거라고 하셨다. 엄청 오래된 물건이다.
좋긴 한데 방에서 냄새가 난다. 개 냄새가..
형이 청소를 하고 나갔다고 하지만, 제대로 했을것 같지 않았다.
내일 다시 청소 한번 싹 하고 방향제 같은 거 사다가 비치해 놔야겠다.
앞으로는 주당 130불이 나간다.. 더 아끼고 살아야겠다.
(오늘 같이 하무라나에 같이 갔던 형은 한참 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재회하게 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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