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나의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이전에 블로그에 비공개로 작성된 일기가 방치되어 있는 게 아쉬워서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회고록을 작성해 본다.
(10월 24일 토요일)
이날은 아마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작성된 글이 없다.
머릿속에 기억되는 대로 적어보려 한다. 생각보다 생생하다..
https://goo.gl/maps/oiqfdhVofpyioDFy7
레드우즈 – 와카레와레와 포레스트 · Whakarewarewa, Rotorua 3074 뉴질랜드
★★★★★ · 국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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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늦잠을 자고 10~11시쯤 눈을 떴다. 밤사이 기온이 낮아 한껏 움츠리고 잠에 들었던 걸로 기억된다.
같은 방에서 지내는 로즈 아주머니는 아침 일찍 어디 나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제도 레드우드 숲으로 트래킹을 다녀왔다고 했다.
나도 방안에만 있는 게 아쉽고 남아도는 게 시간이기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밖을 나왔다.
힙색에 초콜릿바 하나와 물병 하나 겨우 넣고 트래킹을 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무모했다고 생각이 든다.
몇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 길을 겨우 저런 상태로 다녀왔다는 게 말이다.
하늘은 우중중한 먹구름이 가득 껴있었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숙소에서 레드우드 숲 입구까지 걸어서 50분~한 시간 정도 걸렸고, 트래킹 코스는 얼마나 되는지 전혀 몰랐다.
대략 1시간 정도를 예상했고, 3시간이면 충분히 갔다 오리라 생각했다.
거리를 걸으며 고온의 유황 지역을 너무나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들어가지 말라는 울타리가 낮은 게 참 위험해 보였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내가 가는 길 또한 아무도 만나지 못해서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혹시라도 퍽치기나 강도를 만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생각을 하면서, 주위를 계속 둘러보며 나아갔다.
50여분을 걸은 끝에 레드우드 숲 앞에 도착을 했다. 숲 근처에 들어서니 간간히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숲에 들어서자마자 10m는 거뜬해 보이는 나무들이 울창하고 광활하게 솟아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말문이 막혔다.
이런 곳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모습으로, 정말 공룡이 살던 역사 속의 고대 밀림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앞에 걸어가던 사람들은 저 멀리 보이지 않고, 혼자 이 숲을 걸어 들어가는 순간이 지구에 나라는 존재만 있는 듯했다.
숲 깊은 곳은 전파도 잘 터지지 않는지 안테나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트래킹 코스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른 채 와서 살짝 걱정됐지만, 계속 걷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코스를 정돈해 놔서 안정이 됐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여기서 죽어나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중간에 흐르는 시냇물도 있었는데, 너무 푸르고 깨끗해서 속이 다 보일 정도였지만, 혼자라 그런지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계속 숲이 아니라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을 끝에 드디어 처음 들어온 숲의 입구로 도착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한 시간을 또 걸어 숙소로 가야 하는 생각에 막막했지만, 뉴질랜드에 온 3일 차에 정말 멋인 관경을 봐서 뜻깊었다. 나 혼자만 이곳에 있는 게 너무 아쉬웠다. 가족들도 같이 이곳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마 언젠간 다 같이 올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와서 먹은 저녁은 정말 너무 간단했다. 내일이면 플랫으로 짐을 옮길 예정이라 장도 안 봐서 가진 게 없었다.
이 날 저녁은 로즈 아주머니와 함께 영화 '피아니스트'를 같이 봤다. 내가 중학교 음악시간 때 선생님께서 틀어주신 영화였는데, 비행기에서 볼 생각으로 감명 깊게 봤던 영화를 몇 개 노트북에 담아왔다. 비행기에서는 자느라 바빠서 안 봤고, 오늘 로즈 아주머니와 같이 보게 되었다. 아주머니도 취침에 들기 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터라 내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셨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영어와 독일어가 나왔는데, 나는 한글자막밖에 없었고, 로즈 아주머니는 미국 사람이었다. 독일어가 나올 때, 나는 짧은 영어실력으로 아주머니께 최대한 아는 단어를 써가면서 통역을 해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영어도 못하는데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해주는 이 상황이 웃겼다. 아주머니는 그래도 이해가 잘 된다고,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칭찬해주셨다. 문법은 개판 이어도, 단어만 내뱉어 의미만 통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내가 영어에 자신을 가질 수 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주머니께서는 내일 떠나신다고 하셨다. 나도 숙소를 플랫으로 옮겨 나가기 때문에 혹시나 SNS를 하시냐고 여쭤봤지만,
아주머니의 나이는 60대 셨고, SNS를 전혀 안하신다고 했다. 그때 이메일을 받아오긴 했는데, 한 번도 연락을 해보지 않았다. 이참에 생각난 김에 한 번 연락을 드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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