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나의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이전에 블로그에 비공개로 작성된 일기가 방치되어 있는게 아쉬워서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회고록을 작성해 본다.
(2015-10-22 목요일 작성)
[드디어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인생 처음으로 혼자서 아무도 아는 곳 없는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왔다.
오기 전 부모님께서 반대가 심했다. 영어도 못하고 아는사람도 없는데 거기를 왜 가냐고.
막연하게 해외에대한 동경은 항상 있었고, 워킹홀리데이라는 제도를 알고 난 이후부터 계속 고민을 해왔다.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하던 시기에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가 제일 알려진 나라였고,
캐나다는 어학테스트가 필요하기에 나는 호주와 뉴질랜드, 두군데를 다 가기 위해 신청을 했다.
그리고 뉴질랜드를 먼저 입국한 뒤 호주로 가기로 결정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입국일을 정하고, 떠나기 2주전에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너무 미리 말씀드리면 반대에 반대가 심해져서 모든 계획이 어그러질까 싶어서였다.
어찌되었든, 나는 지금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한국어는 통하지 않는 미지의 나라에 와있는 것이다.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도 빠르게 통과하고,
수화물 찾는것도 어렵지 않고, 수화물 검사도 바로 통과하고, 입국심사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심사때 물어본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안녕 너 입국한 주된 목적이 뭐야?
> 응, 나 여행
2. 메디슨에 체크했는데 뭐가져왔어?
> 처방전 보여주니깐 바로 오케이!
3. 학생이라고 적었는데 뉴질랜드학생, 한국학생?
> 응, 한국학생
4. 뭐 공부하는데?
> 응, 컴퓨터
5. 음식 체크했는데 뭐가져왔어?
> 초콜릿, 캔디, 비스킷
그게다야?
> 응!
꾸래.오켕!
워킹홀리데이 비자서류, 처방전을 미리미리 준비해서 꺼내보여줬더니 특별히 별다른 질문 없이 바로바로 통과됐다.
통장 잔고증명서도 가지고 왔는데 물어보지않아서 좀 아쉬웠다. 보여줄수있는데!
어떤사람들은 제대로 설명 못해서 몇시간동안 심층심사도 한다고하는데 그런일 없이 너무 순조롭게 됐다.
뭔가 기대했던것보다 빡빡하지 않아서 실망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정도로 너무 쉬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조금 헤메이다, 미리 알아보고 온 Spark 에서 유심카드를 구입하고,
Air버스타고 205 Queens St.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들러 면허증 공증도 빠르게 하고,
모든일이 너무나 순조로웠다.
하지만 버스탑승 시간이 오후 3시 45분인데, 4시간 가량이나 시간이 남았다.
사전 계획대론 2시간정도 시간이 남아 그사이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는건데,
짐이 너무 무거워서 4시간이나 오클랜드를 투어 하기엔 무리라고 생각했다.
혹시나 시간을 변경할 수 있을까 싶어서 InterCity 터미널로 갔다.
들어가니 여행자들이 정말 많았다. 대부분이 대형 백팩을 짊어지고 있었다.
맨바닥에 널부러져 누워있는 커플도 보였다.
내가 입장하자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주쳤고, 파란눈, 초록눈 이색적인 눈빛들에 살짝 주눅이 들었다.
안내 데스크에가서 시간을 변경할수 있는지 묻자 종이에 왠 번호를 적어주더니
거기로 전화를 걸어 변경하면된다고 했다.
아... 난감했다. 그냥 육성으로 듣는것도 힘든데 전화영어라니!
기존의 경험자들에의하면 전화영어는 발음도 뭉게져서 못알아듣는다고 하여 걱정이 앞섰다.
근데, 뭐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못알아들었을때 "파든?" 하면 다시 얘기해주는데 더 또박또박 말을 해주기 때문에
중요한 단어를 캐치하여 답을하면 됐다.
(참고로 나는 영어 문장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고, 문법도 제대로 익히지 못했으며,
3살짜리보다 영어를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약번호와, 이름 그리고 원하는 시간을 말했는데 변경 비용이 12불 든다고 하여 일단 전화를 끊었다.
12불이면 9천원~1만원정도..터미널 내 사물함 사용시간당 4불이면 4시간이면 16불에, 점심값 20불 하면 36불...
빠르게 비용들을 계산하고, 고민하다가 변경을 하고 내려가는게 낫겠다 싶어 12시45분차로 변경을 했다.
이후 터미널 바로 옆에있는 슈퍼마켓에가서 엄청큰 샌드위치 하나와 물을 샀다. 7~8불정도 들었던것 같다.
물이 참 비쌌다. 2500원정도? 샌드위치가 3500원정도.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데 비가오지만 넓게 펼쳐진 초원이 좋았다. 무척이나 푸르렀다.
근데 정말 그게 전부다. 초원이 끝이다. 뭐 볼게 없다. 뉴질랜드 도착 하루도 안됐는데 벌써 질려버리는 기분 같았다.
그래서 그냥 잤다. 앉아있는게 너무 힘들었다. 비행기를 두번타고 버스타고 또타고. 엉덩이가 베겼다.
장시간 앉아있는게 이렇게 힘들줄은 생각도 못했다.
오후 5시 20분쯤. 드디어 로토루아에 도착했다!
들뜬 마음에 자리에서 얼른 일어났다. 가지고 앉았던 힙색도 잘 챙기고 남은 샌드위치도 손에 잘 들고 내렸다.
먼저내리라는 외국인을 먼저내려보내는 여유까지 부렸다.
아. 드디어 땅을 밟았다. 엉덩이가 떨어지니 너무 좋았다.
운전기사가 내려주는 캐리어중 내 것을 찾아 끌고 구글지도로 미리 봐둔 방향, 내 숙소로 빠르게 향했다.
엉덩이가 떨어진 기분이 너무 좋았는지 몸이 너무 가벼웠다. 날아갈것같이 가벼웠다.
어.. 근데 가벼워도 너무 가벼운게 이상했다. 왜이렇게 가볍지? 생각했을때 내 백팩. 백팩을 차에 두고내렸다!
X됐따.X발.미쳤네.아X.
캐리어를 미친듯이 끌면서 뛰었다. 몇몇 사람들이 엄청 쳐다봤다. 신경쓸 겨를도 없다. 걍 뛰었다.
아.. 근데 버스.. 떠나간다. 내 돈... 날아간다. 난 망했다. 어카노. 제발 돌아와줘.
계속 가는데 버스정류장에 InterCity 버스 한대가 더있다.. 가까이 갈수록 내가 탔던 버스가 아닌게 느껴졌다.
운전기사를 본순간 다름을 알고 다시한번 좌절했다. 머리가 하얘졌다.
생각하자.생각하자.어떻게해야할까.
!!
시간을 변경할때 걸었던 InterCity고객센터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남아있음을 알아챘다!
전화를 걸었다. 머리가 하얘지니깐 뭐라고 말해야할지 몰랐다. 일단 그냥 무조건 내뱉었다.
나 : 어.. 어.. 나 내렸는데, 버스에 내 가방 머물러있어. 근데 버스 막 떠났어.
InterCity : 뭐? 너 가방 잃어버렸다는거야?
나 : 어!! 맞아 맞아. 잃어버렸어!
InterCity : 어 그래 좀만 기다려봐. 내가 확인하고 분실물 서류 작성할게. 기다려봐.
그렇게 가방색상, 브랜드이름, 가방속 내용물을 확인하고 운전수한테 전화해보겠다고 하고 대기 컬러링이 길게 울린다. 그리고 되돌아온 말은
InterCity : 유감이야, 운전수가 전화를 받지않아. 기다려봐 내가 서류 작성해서 올려놓을게.
나 : 알겠어... 아.. 근데 한번만 더 전화해주면 안돼?
InterCity : 하. 오케이. 기달려봐.
InterCity : 오케이! 운전수가 전화 받았어. 솰라솰라솰라 카운트타운.
나 : 어..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InterCity : 솰라솰라솰라 카운트다운.
나 : 카운트다운? (뭐라는거야, 카운트다운? 5,4,3,2,1? 이런건가?)
InterCity : 그래 그럼 i-site 열려있어?
나 : 응
InterCity : 거기 아무나좀 바꿔봐.
나 : 응 잠깐만..
i-site에서 - - - -
나 : 익스큐즈미.. 나 가방잃어버려서 버스회사 전화했는데 전화좀 받아줘. 어버버어버버
(왠지 동양사람이라면 날 더 이해해 주겠지 싶어서 동양인에게 말을 걸었다)
i-Site 직원 : 뭐? 싫어. 내가 받아서 뭐해. 너 영어 못알아듣네.
근데 내가 전화받는다고 뭐가 달라져? 싫어.
나 : 아 제발. 한번만.
i-Site 직원 : 내가 받아서 뭐하냐고 어차피 너 알아듣지도 못하잖아. 싫어.
속으로 아 저 XXX 그냥전화 한번만 받아주지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i-site 정보알려주는데 아니야? 왜이렇게 불친절해 XX?
하지만.. 겉으론
나 : 아.. 제발 한번만 받아줘.. 제발 부탁해..
실랑이 한 3분 하더니 결국 받더니
통화내용이..
i-Site 직원 : 어, 전화바꿧어, 야 근데 쟤 영어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알겠어. 그래. 바이.
그러더니 로토루아 지도 하나 주더니,
i-Site 직원 : 여기가 i-site야. Countdown은 여기고. 거기서 운전수가 기다리겠데. 글로 가봐.
나 : 오! 정말 고마워 엄청 고마워. 땡큐 소마취!!
i-Site 직원 : 유웰컴.
아 XX 진짜 이렇게 금방 끝날거 빨리좀 받아주면 안되나 X같은X 졸라 고맙네.
그렇게 속보로 걸어가는데 핸드폰 확인해보니 부재중 두통이 있었다.
그래서 전화 걸어서 나 가방잃어버려서 전화했었는데 너네한테서 온 전화 놓쳤어.
그러더니 예약번호랑 이름 확인 후에 답변을 주는데,
남직원 : 너 지금 어디야?
나 : 어? 나 지금 카운트타운 가는중.
남직원 : 래? 솰라솰라솰ㄹ라. i-Site, Countdown, go, back asdfasdfasdfa
나 : 아.. 미안 나 못알아듣겠어.
남직원 : 아이사이트. 백. 고 백. 드라이버 아이사이트로 간데. 돌아가.
나 : 아이사이트로 가라고? 아 진짜? 알겠어 고마워 글로갈게. 땡큐!.
그렇게 또 걸어가다가 부재중 또왔다. 확인절차 거치고
여직원 : 야 너 어디야?
나 : 어 나 i-site!
여직원 : 운전수 보여?
나 : 아니 아직.. 왔다 갔나? 어떻하지?
여직원 : 아이사이트 열려있어? 누구 바꿔줄 사람 없어?
나 : 어... 아니 닫았어... 어! 저기 버스 보여.
여직원 : 누구 바꿔줄 사람 없, 인터시티 맞아? 그래?
나 : 어.. 아마도? 잠깐만.. 어! 맞아! 맞아!!
여직원 : 어 그래 다행이다. 가방 찾고 조심해.
나 : 어! 정말 고마워ㅠㅠ 너무 고마워!
와 정말 버스가 돌어왔다. 아저씨한테 너무 죄송했다. 30분이나 지연된건데. 정말 미안했다.
나 : 아저씨 정말 미안해요. 너무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운전기사 : (떫뜨릅하게) 그래. 얼른 가방 가지고 내려.
내가 주변을 돌아보면서 캐리어도 들고 오르려 하자 아저씨가 소리치면서 가방 지켜보고있을테니 몸만 올라타라고 했다.
나 :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땡큐!! 앤 쏘리!!
운전기사 : 어 그래. 좋은시간 보내.
하... 진짜 다행이다. 정말 멘붕이었다. X발!
그래도 이건 좋은 경험이었다. 실전으로 겪으니 영어 하나라도 더 배울수 있었고 앞으로 더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계기가 된것 같다.
다행이 숙소까지 도착했는데, 숙소.. 정말 멀었다. 로토루아의 신고식을 거치고 발걸음도 무겁고, 내마음도 무겁고, 짐도 무겁고, 등고 다시 무겁고.. 길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는데 사람들도 무섭게 생겼고.
언제 어디서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깐 두리번 거리면서 눈치보면서 걸었다.
숙소 도착해서 예약확인 싸인하고, 데스크의 안내원과 짧게 대화한 후 가방짊어지고 올라갔다.
25번방인데, 어떤 아줌마가 바람막이를 입고 있었다.
나 : 하이!
의문의여성 : 하이! 나 로즈야.
나 : 어 나는 빌련덕이야. 반가워. 어디서왔어?
로즈 : 어 나 콜라라도 미국, 너는?
나 : 응 나는 한국.
로즈 : 남한?
나 : 응 남한.
로즈 : 그래 역시, 북한사람들 별로 없더라.
나 : 응 걔넨 여행 못해.
로즈 : 어. 그래 맞아.
뭐 암튼 기본인사 하고 그녀는 트래킹하러 밖으로 나갔다.
짐 풀고, 샤워하고 침대서 뒹굴뒹굴.뒹굴뒹굴.
이렇게 길고 긴 하루를 잘, 급 마무리했다.
근데.. 매일매일 블로그 작성할 것을 생각하니 이것또한 막막하다.
(이때 매일매일 일기를 작성하자고 다짐을 했는데, 도착 하루만에 이런 큰일이 벌어질줄 알았겠는가..막막했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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